성, 어렵게 대할수록 꼬인다
방학 때가 되면 청소년 성상담 전화는 더욱 자주 울린다. 방학 동안에 이성친구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상담할 문제들도 그만큼 많이 생기는 탓이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부설 아우성상담소가 지난해 상담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6020건 가운데 청소년이 41%인 2432건을 차지했고 1월과 2월, 7월과 10월에 상담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과 낙태와 관련된 상담이 방학중인 1월과 2월, 8월에 급증했다.
곧 여름방학이다. 자녀들의 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게 좋을 때다. `특별한' 아이만 성문제로 고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에 대한 부모들의 `무지'가 청소년 성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요즘 여중생들이 성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섹스를 하면 아픈가' 하는 의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을 부모한테 물어볼 정도로 평소 성을 놓고 자녀들과 얘기하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 자연히 아이들은 또래끼리 주고받은 정보나 포르노 비디오, 인테넷 등을 통해 얻은 왜곡된 성지식이 진짜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성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사례 가운데 성에 대한 무지가 빚은 가슴 아픈 사례가 꽤 있다. 중3 여학생이 임신을 했다. 친구들과 얘기해 낙태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스스로 배를 때리기도 하고 친구들이 발로 차기도 했다. 그 결과 낙태는 할 수 있었지만, 이 아이는 그 후유증으로 자궁을 잃어야 했다. 부모가 사춘기를 어떻게 겪었는지 되돌아 보면서 아이들의 눈높이로 성에 대한 아이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도와주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었다.
●성교육은 시기가 없다
아이들이 성에 대해 질문을 할 때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대체로 5~6살쯤 되면 소꼽놀이를 하거나 부모가 하는 행위를 보며 성 역할 등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때 아이가 질문을 하면 성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파악한 뒤 자녀와 대화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음에 크면 저절로 알게 돼'라고 회피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특히 아이들의 질문에 부모가 쑥쓰러워 하는 태도를 보이게 되면 아이는 곧바로 눈치를 채고, 성에 대해 말문을 닫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성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라
학부모들은 대개 되묻는다. 아이들과 어떻게 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가? 이런 학부모의 태도는 성을 성 관계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아우성상담소 배정원 상담부장은 “성은 일상생활이다. 일상에서 성을 놓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아이들과 얘기하는 방법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텔레비젼 드라마를 보는데, 술에 취한 여자를 남자가 강제로 껴안고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장면이 나오면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아는 표정을 하거나 얼굴을 돌린다. 이때가 아이와 얘기하기 좋은 때다.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고 “몸이 아파 힘들어 하는 사람을 때리면 좋을까? 저 남자가 바로 그렇게 하는 셈인데, 여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라고 얘기를 하면서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준다. 평소 이런 대화가 쌓이면 이성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자녀한테 맨처음 듣는 부모가 될 수 있다.
●자녀의 성적 성숙을 인정하라
호서대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황한호씨가 서울 중학생 1370명 대상으로 실시한 성의식 조사에서 `성'이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을 묻자, 대다수는 `성관계'와 `키스'를 꼽았다. <문화방송>이 지난해 서울 11개 고등학교 1~2학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학생의 9%가, 여학생의 4%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일찍 성에 눈뜨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때문에 아이들이 몽정을 하거나 초경을 경험할 때 성을 놓고 실질적으로 얘기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배정원 상담부장은 “성적으로 부쩍 커버린 아이들한테 `무조건 안된다'는 말은 오히려 공허하다. 중학생 이상이 되면 어디까지 성접촉을 할 것인지 기준을 놓고 아이한테 준비를 시키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씨가 전한 얘기다. 남자 친구한테 빠진 여고 1학년이 있었다. 어머니가 보기에 너무 불안했다. 성상담센터와 상의한 끝에 딸한테 피임약과 콘돔을 내놓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다치지 않는 몸을 간직한 너를 보기를 원한다.” 딸은 피임기구를 가져갔고, 아직까지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세운 기준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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